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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 건국대 교수 “게임, 균형 잡힌 시각 ‘필요’…반대 논리 만들어야”
임영택 기자 | 승인2018.04.17 21:22

“과거에는 게임 때문에 초등학생이 많이 찾아왔는데 지금은 연령대가 높아졌어요. 초등학생은 거의 안와요. 왜 그럴까요. 그 시절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학부모들이 됐어요. 뭔지 알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모바일이 고민이지요. 경험을 못했었으니까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제11차 국제질병분류 개정(ICD-11)에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등재하려고 하면서 관련 업계의 우려가 크다. 게임 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관련 규제 및 게임이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이에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회장 이택수, KGMA)와 한국게임전문기자클럽(KGRC)은 17일 건국대 하지현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초청해 강연회를 가졌다. 하 교수는 1999년부터 인터넷 및 게임과몰입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한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다.

 

◆ 게임장애, 허구는 아니지만 과장돼…반면 우려도 과도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게임 장애’ 질병코드화 논란과 관련해 그동안의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관련 다양한 시사점을 소개했다. 핵심은 게임과 게임을 통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임의 문제를 과장하는 것도 이를 회피하는 것도 그는 반대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게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게임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완전허구는 아니지만 과거 발표처럼 인터넷 과의존 위험군이 16%라는 것은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이라며 “다만 업계도 산업논리가 아닌 대부분의 건전한 이용자를 강조하면서 문제되는 이용자를 선별하고 이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등의 다른 논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게임 및 인터넷 과몰입과 관련한 연구 및 이슈 형성의 과정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각 사안을 보다 냉정하게 바라보도록 유도했다.

예를 들어 인터넷 및 게임과 관련된 국내의 다양한 연구들이 자가진단 형태의 설문으로 조사돼 과장되거나 제대로 된 통계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지난 2013년 공개돼 이슈가 됐던 DSM-5(미국 정신의학회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 세션3에 등재된 인터넷게임장애도 사실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는 의미였지만 한국에서는 정식질환에 들어갔다고 화제가 됐음을 거론했다.

또 최근 이슈가 된 ICD-11에 포함된 ‘게임 장애’의 진단 기준도 매우 보수적이라는 점을 들어 우려가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ICD-11에 포함된 진단 조건 중 ▲최소 12개월 이상 다양한 기능에 심각한 손상이 있을 경우를 예로 들며 매우 큰 제한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정신의학과에서 중증으로 여기는 조현병의 경우 6개월 이상 관련 증상이 지속되어야 해당 질병으로 진단한다. 우울증도 최소 2주 이상 관련 증상이 지속되어야한다. 그러나 개정안 상 ‘게임 장애’는 최소 12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심각한 증상은 학교를 가지 않거나 회사를 그만두거나 사회와 단절되는 등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학교에 가지 않은지 12개월 된 학생들이 심심치 않게 오긴 한다”라며 “그러나 보통은 3개월 정도 지나오고 12개월은 정말 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게임 장애’로 진단하려면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다른 병에 기인한 것이 아니어야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우울증으로 게임 밖에 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되는 등이라면 ‘게임 장애’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WHO도 게임을 하는 모든 사람이 아닌 아주 적은 수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판단했고 문제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 개발과 건강관련 전문가들의 관심을 증가시켜 적절한 예방과 치료 도구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등재) 이유를 꼽았다”고 설명했다.

 

◆ 게임장애 질병화 과정 ‘허점’…하지만 문제에 대한 치료와 교육 필요

‘게임 장애’라는 질병이 탄생하는 과정의 허점도 지적했다. 보통 질병은 사례가 모이고 이들 사례만의 전형적 특징과 인과관계 및 진단척도 등이 형성되는 과정이 이뤄지는데 ‘게임 장애’는 거꾸로 진단척도를 만들어 놓고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게임 장애’를 새로운 질병으로 볼지, 정신질환의 새로운 증상 표현 중 하나로 볼지의 대립도 있다고 소개했다.

하 교수는 “예를 들어 소극적인 아이들이 게임에 빠졌다면 이는 게임 장애가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10대의 우울증 증상 중 하나로 생긴 것으로 볼 수 있고 겉으로 드러난 새로운 결과를 원인이자 질병으로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하 교수는 게임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한 환자들에 대한 정신과 의사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게임장애의 경우 사회적응문제로 발생한 사람들이 많아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필요한데 게임중독 전문가에게 맡길 경우 다른 문제가 있는지 살펴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 때문에 문제가 생겨 치료를 받으면 숨어있던 우울증 환자나 산만한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른 부분의 치료가 안 되기 때문에 게임중독 전문가가 아닌 (정신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부분과 관련해 “어떨 땐 부모에게 게임을 시키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게임을 안 하면 오히려 바깥에서 친구들과 담배를 피거나 말썽을 일으킬 것이다. 2000년대 초 이후 본드나 부탄가스를 흡입하는 사례가 사라진 것은 게임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ICD에 ‘게임 장애’가 등재될 경우 규제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ICD에 ‘게임 장애’가 등재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 외에 다른 접근을 주장했다. 경마처럼 건전하게 즐기는 사람들을 강조하면서 극히 일부의 문제가 되는 사람들을 선별하고 이를 지원하는 형태를 조언했다.

그는 “산업논리보다는 게임업체들이 (문제를) 억제할 수 있는 부분과 관련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라며 “부정적 논문이 2900개나 되지만 그 반대 논리를 만들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질병차원의 접근과 교육차원의 접근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과거 조사에서 인터넷 과의존 위험군이라고 분석한 16%에 대해 이를 라이프 스타일로 사회가 받아들이고 인정해 공감대가 형성되어야하는 일들이 광범위하게 일어나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95% 이상의 대다수의 정상적인 이용자가 병적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더 체계적으로 알리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0.1%, 1%의 질병은 확실히 잡아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강연회에 앞서 2월과 3월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도 개최됐다. 2월 기자상은 ‘국내 게임사들 가상화폐 관련사업 본격 전개, 게임과 접목 가능할까’를 작성한 김성렬기자(게임포커스), 3월 기자상은 ‘e스포츠 중계 도중 치킨 먹고 주문 권유까지, 인터넷 방송 PPL이 뜨는 이유’를 쓴 백인석기자(게임포커스)가 수상했다.

[임영택기자 ytlim@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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