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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중소 게임사의 정책 제안 "제작 지원, 이것부터 바꾸자"
임영택 기자 | 승인2017.07.20 15:17

[특별기획] 성장 절벽에 직면한 중소개발사 해법 없나

② 중소 게임사의 정책 제안 "제작 지원, 이것부터 바꾸자"

 

최근 국내 중소게임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게임을 개발해도 내놓을 여력이 없고, 내놓아도 알릴 방법이 없다. 개발과 출시, 이를 통한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퍼블리싱 및 투자환경은 더욱 척박해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소리가 나온다.

본지는 국내 중소 게임사 관계자 및 업계 전문가 등 총 23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현장의 목소리와 이들이 바라는 정책 제안을 담아냈다. 정부의 제작지원사업부터 투 · 융자환경 변화와 인재양성 정책까지 중소 게임사와 한국게임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한다. 이를 통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게임사들이 새로운 희망을 찾고 한국게임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프롤로그 – 위기의 중소 게임 개발사

② 중소 게임사의 정책 제안 "제작 지원, 이것부터 바꾸자"

③ 중소 게임사의 정책 제안 "투자 유통 글로벌, 틀을 바꿔라"

④ 에필로그 - 다시 '게임 한국'을 위한 제안

 

“지금 인디게임사나 소규모 개발사가 많은데 우리 업계에 얼마나 많은 개발자가 인디나 소규모 개발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 윤준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산업육성 예산은 약 628억 원이다. 주요 분야는 글로벌게임산업육성 285억 원, 지역기반게임산업육성 155억 원, 첨단융복합 게임콘텐츠 활성화 121억 원 등이다. 이중 상당부분은 제작 지원사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차세대 게임콘텐츠제작지원 110억 원과 첨단융복합 게임콘텐츠 활성화지원 121억 원 등 230억 원 이상이 제작지원에 사용된다. 기능성게임과 체감형 아케이드게임 등을 포함하면 38억 원 가량이 늘어난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제작지원 사업의 양적 규모는 적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 보면 질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제작지원 사업의 전반적인 검토가 선행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본지가 만난 23명의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선정 작품의 다양성 확보, 심사위원의 전문화, 심사과정 전반의 프로세스 개편 및 개선, 소규모 제작사에 대한 집중 등을 이야기했다. 일부 관계자는 아예 정부의 각종 지원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설계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보다 현실적인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 정기적인 연구활동과 실태조사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의 장르적 다양화와 심사 시스템의 전문화, 보다 면밀한 실태조사의 필요성 등에 공감하며 관련 내용의 정책 반영 노력을 약속했다.

 

1. 선정과제 다양화

“정부 지원 부분에서 KPI(핵심성과지표)를 바꿔야 한다. 내부적으로 다르게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안 그러면 회사 규모도 크고 돈 버는 회사만 지원을 받게 된다. 작은 회사는 설 데가 없는 것이다” - 박영목 인챈트인터렉티브 대표

“그동안 다양한 게임을 만들어 시도하고 실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많다. 게임은 어떤 것이 성공할지 모르지만 현재는 기준이 획일화되고 고정관념에 빠져 있다. 정부가 다양성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분명 성공 사례가 한 두 개 나올 수 있다” -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

본지가 만난 관계자들은 정부의 제작지원 시스템 개편과 관련해서 선정 과제의 다양화를 말했다. 투자와 퍼블리싱 환경이 시장의 주류를 쫓게 만드는 현 시점에서 정부 제작지원 사업도 한쪽으로 치우친 느낌이 많다는 의견이다.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RPG 장르나 유명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작품 등 사업적 성과를 기대하기 쉬운 작품 위주로 선정되는 경향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실제 이는 문화체육관광부도 공감하는 내용이다. 최근 1~2년 사이 업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내용이다. 특히 차세대 게임콘텐츠제작지원사업의 경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전제로 이뤄지는 사업이지만 해외에서는 히트작이 잘 나오지 않는 RPG 장르 작품이 다수 선정된다는 의견이 있어왔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캐주얼 장르로 지원작품을 다양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최성희 과장은 “장르 다변화는 굉장히 공감하는 내용으로 그동안 많은 분들이 지적을 하셨고 실제 지난해부터 캐주얼 장르로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만 생각만큼 접수가 많지 않고 업계에 널리 전달이 되지 않은 부분도 존재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도 RPG 장르 외에 다양한 장르 선정에 힘썼고 지속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2. 심사위원의 전문성 확보와 다양화

“평가위원의 비 전문성이 문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평가위원에 대해서도 평가를 해야 한다. 콘진원 담당자도 평가위원으로 일부 선임해야하고 현업경험이 5년 이하의 교수들은 배제해야한다.” - 윤준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심사위원 선정 기준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해야한다. 현직 대표 가운데 2개 이상 게임을 론칭하는 등 현실적인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선정했으면 한다. 개발진척도에 따라 단계별 멘토가 심사하는 형태로 바꾸자. 객관적 평가를 통해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사람이 심사위원이 되어야한다.” - 구재윤 만렙게임즈 대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장르 다변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일정 부분 심사위원들의 비전문성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게임에 대한 사전 이해가 부족한 심사위원들이 많아 전문적인 심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형화된 선정만 이뤄진다는 판단이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심사 시스템은 사전에 마련된 전문가 집단 내에서 각 심사에 맞게 무작위로 3배수의 인원을 뽑아 우선적으로 배치하는 형태다.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심사위원이 뽑힐 경우도 있다. “좋은 심사위원 만나면 붙고 그렇지 않으면 떨어지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이 부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입장에서도 딜레마다. 전문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성 논란 때문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업계와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자칫 친한 업체 밀어 주기로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곤 했다.

실제 문체부도 심사위원의 전문성 확보에 대한 의견도 많지만, 반대로 심사위원과 심사 대상 업체 간의 네트워크가 작용해 심사가 왜곡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한다. 더욱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의 전문가 풀이 필요하지만 심사를 잘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전문가도 부족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문체부 최성희 과장은 “전문성 확보 요구도 있지만, '네트워크 짬짜미' 심사를 진행한다는 이야기도 많다”며 “전문가 풀도 적은데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에 집중하다보니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심사를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콘진원측의 입장에서는 퀄리티 있게 심사를 볼만한 심사위원이 있느냐는 고민도 있다. 업계 전문가는 유착이 우려되고 학교에 계신 분들은 개발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런 양면성이 있기에 밸런스를 맞추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본지가 만난 23명의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어렵지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업계 경력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거나 심사위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재평가 등 전문성을 높이면서 공정성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한다는 지적이다.

단순 심사위원이 아니라 멘토 역할까지 겸하며 프로젝트 자체를 관리할 수 있는 현직 대표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되기도 했다. 또 실제 게임 이용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이달의 우수게임’ 제도에 도입된 이용자 투표나 경기도의 ‘게임창조오디션’처럼 심사과정을 오픈된 형태로 구성하는 것고 고려해봄직하다.

 

3. 지원 과제 선정 및 관리 시스템의 간소화

“서류작업이 많다. 특히 사업 종료 후 후속작업은 정말 문제다. 심지어는 사업 종료 후 2년 된 과제의 자료를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중소개발사 대표들은 개발 이외에 다른 부분을 다 떠맡고 있는데 그런 서류작업까지 하면 너무 힘들다.” - 강지원 위레드소프트 대표

“정부과제는 1년 안에 돈을 써야하는데 자율성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한다. 기간 내에 돈을 쓰기 위해 아까운 곳에 돈을 쓰는 경우가 있다. 지원사업의 페이퍼워크도 좀 줄여야한다. 검증할 때 제대로 하고 이후에는 믿어줘야 한다. 프로젝트 진행 중 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는데 이럴 때 변경하는 것도 다소 까다롭다.” - 박재환 나날이스튜디오 PD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도 어려움은 계속된다. 심사 과정에서 각종 제반 서류를 준비하는 것을 넘어 매달 작성해야하는 페이퍼워크가 동반된다. 월간사업보고 내역서와 사업비 현황을 제출해야하고 사업비 집행을 위해 e나라도움 시스템을 통해 사전보고 및 사업비 신청 작업을 거쳐야한다. 숙달되면 몇 시간 정도면 마칠 작업이지만 상당히 까다롭다는 평가다.

또 초기 심사 당시 제출한 각 항목별 지출 내역에 맞춰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지원금을 모두 반납해야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도 있다. 게임개발 과정의 불규칙성에 맞지 않게 융통성이 너무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원을 받으면 이에 따른 추가 인건비가 들어가는 구조”라며 “쓸데없는 서류를 만들고 쓸데없는 계산을 해야한다. 헛되이 쓰지 않았는데도 증빙해야하는 과정들이 많다”고 토로한다.

문화부 최성희 과장도 “서류나 행정절차가 많아서 차라리 정부 지원을 안 받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면 문제가 있다”며 공감했다. 다만 이 부분 역시 그 동안의 안 좋은 사례가 누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정부 지원을 받았음에도 제대로 된 게임이 나오지 않는 등 일부 게임사의 ‘도덕적 해이’가 전체 중소 게임사에게 피해로 다가온 셈이다.

이에 대해 최 과장은 "현재의 완성품 제작에 집중된 제작 지원을 초기단계에 대한 지원이나 프로토타입 개발 지원 등 일부 변형시켜 행정 절차를 줄이거나 공모 혹은 상금 형태로 하는 지원하는 방안 등도 제안을 받았다. 다양한 제안들이 있고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잘못 쓰인 부분에 대한 책임 부분을 가져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악용한 업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프로젝트의 콘진원 담당자 등에 대한 과도한 책임부여는 지양되어야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문제가 된 프로젝트로 일선 담당자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안정적인 산업선정에만 집중해 중소 게임사들이 원하는 진취적인 관리 시스템 도입이나 선정 작품의 다양성 확보라는 목표 달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중소업체 비율 확대 및 의무화

“정부지원에서도 등급에 맞는 경쟁을 하게 했으면 좋겠다. 5억 원짜리 지원이 있다. 그러면 중견 이상 되는 큰 회사가 들어와서 따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안 된다.” - 최삼하 서강대 게임교육원 교수

“선정된 업체들 중에는 자기 비용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곳들도 많다. 개발자금이 없어서가 아니라 안정성과 기대성과 위주로 선정하기 때문이다. 신생 업체 가운데 정말 필요한 곳에 자금이 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김기준 와쓰앱 대표

중소 게임사들이 정부 제작지원 사업과 관련해서 또 개선을 요구하는 것 중 하나는 "진짜 지원이 필요한 기업이 선정되야 한다"는 것이다. 외형은 스타트업이지만 자금 여력이 풍부한 업체가 선정되거나 일정 수준의 규모와 매출을 유지하는 기업들이 주로 선정된다는 비판이다.

혹자는 회사규모를 기준으로 구분해 정부 지원의 제한을 두거나 프로젝트의 규모에 맞춰 제한을 두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는 장르 다양화와 심사 전문화, 절차의 간소화 부분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다. 전체적으로 정부의 지원과제 선정방식이 실질적 성과 내기와 문제 발생의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판단이다.

요약하면 "정부가 지원한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개발이 완료돼 출시가 되고 성과를 내는 것을 가장 중시하다보니 안정적인 회사와 시장 주류를 따르는 프로젝트 위주로 선정이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물론 정부도 국민의 세금을 활용해 집행하기 때문에 마음대로 지원금을 집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간극을 좁힐 유효적절한 방안을 찾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5. 상금형 지원 시스템

“다 만든 게임에 대해 상금을 주듯 지원하는 '상금형 지원 시스템'이 훨씬 낫다.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낸 게임과 해당 제작사에 대한 포상이다. 기술개발에 써도 되고 콘텐츠 제작에 써도 되고 지원받은 회사가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게 하자.” - 윤준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정부의 제작지원 시스템 개선에 대한 해법 중 하나로 ‘상금형 지원’도 제시됐다. 지원 대상 게임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제도가 너무 촘촘하게 설계돼 정작 지원을 받은 업체가 해당 자금을 정말 필요로 하는 곳에 사용하기 어렵다면 접근 방식 자체를 달리하자는 의견이다.

윤준희 회장은 “매월 무엇인가를 입력해야하고 관련 심사 장치들이 고도화되는 등 나쁜 쥐를 잡기 위해 연못을 만들고 또 섬을 만드는 느낌”이라며 “심사 단계는 많아졌지만 그 단계별 지원이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외부의 반발이나 민원을 막으려고 절차만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상금형’으로 지원하면 관련 논란도 없앨 수 있을 것이란 제안이다.

 

6. 공간·장비·소프트웨어 지원에서 유통까지 ‘원스톱’

“기존 제도와 시스템을 고치고 수정하는 것보다 오히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설계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열정과 아이디어, 능력을 갖춘 개발자가 게임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실제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이 될수도 있다. 게임만 만들면 번역과 홍보, 유통까지 모든 것이 다 지원되는 시스템이다. 게임산업은 100개가 실패해도 1개만 글로벌 시장에서 원톱이 되면 된다. 100개가 실패할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 특히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진짜 A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지원해 주어야한다” - 정무식 루노소프트 부사장

“소규모 개발자들을 위한 장소 지원이나 장비 대여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좋은 게임이 탄생할 수 있도록 돕는 자문위원회 등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일본의 제조업종의 경우 중소형 업체들이 구매하기 힘든 장비들을 대학을 통해 빌리는 경우가 있다. 대학에서 보유한 실험실습용 장비를 빌려 중소업체가 시제품을 제작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형태다. 이런 형태의 산학 협력 모델을 통해 소규모 개발자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제반환경을 지원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 이재홍 숭실대 교수

게임 제작을 위한 자금 지원을 넘어 원활한 개발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5인 이하의 소규모 게임사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작업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상황인 만큼 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자는 이야기다.

특히 개발 공간 뿐 아니라 관련 인프라와 마케팅 및 유통을 위한 지원 정책까지 결합한 종합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선별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전폭적인 지원을 통한 성공 사례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는 것은 ‘슈퍼셀’을 탄생시킨 핀란드 정부의 정책이다. 핀란드는 노키아의 몰락 이후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연간 7000억 원의 자금을 투자했고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기업에는 연간 150억 원 가량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돈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개발자들이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는 멘토링과 컨설팅, 투자자와의 매칭 등 측면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스마트폰 시장을 한때 주름잡았던 로비오도 핀란드에서 탄생했다.

7. 선별적·단계별 지원 방식의 도입

“게임 개발시 자금이 투입되는 시기는 프로토타입 제작과 이후 출시까지 2단계다. 자금 지원도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프로토타입의 경우 5000만 원, 시제품은 3~4억 원 가량으로 볼 때 전문가의 평가와 현실적 조언을 거쳐 가능성 있는 게임에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 구재윤 만렙게임즈 대표

“중국처럼 잘되는 업체에 집중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중국은 10곳 중에서 1~2곳만 성공시킨다는 전략이다. 정부 지원사업도 20여개 업체에 쪼개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으로 집중을 해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 김기준 와쓰앱 대표

본지가 심층 인터뷰한 23인의 관계자들 중에서는 지원의 영속성, 특히 단계별 · 선별적 지원 방안을 제시한 이들도 있다. 기본적으로 게임 개발은 초기 버전과 시험용 버전, 풀리싱 작업을 마친 출시 버전 등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각 단계별로 투입되는 자금이나 인력 규모 및 용처 등이 다르다. 이에 개발 과정을 단계별로 구분해 지원하고 가능성 높은 작품을 선별해 최종 작품 출시까지 이어지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덧붙여 실패를 거울삼아 성공에 도전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로비오나 슈퍼셀 등의 게임회사가 수십종의 게임을 개발하며 시행착오를 거쳤던 것처럼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해야 오히려 성공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박재환 나날이스튜디오 PD는 “단계별 지원책들이 있었으면 한다. 핀란드가 그렇다고 들었다”며 “로비오도 수차례 실패를 할때마다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8. R&D 예산 활용을 통한 지원 확대

“국가 R&D 지원 예산이 19조원인데 이런 예산을 게임쪽에서는 활용하기 어렵다. R&D 예산을 다른 형태의 연구, 특히 게임쪽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 윤준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제작지원의 확대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R&D 예산을 활용하자는 윤준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의 제안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기준 국가 R&D 예산은 약 19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기술기반 산업 중 하나인 게임사업에는 관련 예산 활용이 쉽지 않다. 국가 R&D 예산이 신기술의 개발이나 기존 기술의 향상 등 양적인 측정이 가능한 부분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가령 절삭 기술을 고도화해 절삭 단위를 나노미터 단위로 세밀화하거나 특정 가공에 걸리는 시간을 1초를 줄이는 식의 기술 개발에만 예산이 집중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기존 기술을 응용해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형태의 소프트웨어 및 ICT 분야의 개발연구 활동에 지원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국가 R&D 예산이 사용되는 곳을 살피면 세공을 더 세밀하게 하거나 시간을 더 단축시키는 형태의 기술연구개발에 치중됐다”며 “이런 환경에서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나 소셜서비스 페이스북 같은 혁신적 서비스는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R&D 예산을 좀 더 실용적인 형태의 연구, 특히 게임산업 분야의 기술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 규모를 넓힐 수 있다는 의견이다.

 

9. 정책의 전문성과 지속성 확보

“담당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순환보직 시스템을 재검토하고 개선해야한다. 또한 담당자들이 관계자 미팅이나 의견 청취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파악하고 이를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시간이 부여되어야한다. 1주일의 절반은 내부 업무가 아닌 외부 의견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각 담당자들이 장르별 전문가와 밀접하게 함께 움직이며 보고 들어야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 윤준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중소 모바일게임 기업들의 상황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가 부족하다. 중소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은 무엇이고 또 어떤 부분에 예산을 실효성 있게 집행해야 하는지 파악해야 하지만 미온적인 조치만 있다. 현 지원 사업의 경우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고 선정해 집행되는 방식이라 서로 상황이 다른 개발사 각각의 필요사항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

본지가 만난 23인의 관계자들의 목소리 중 가장 큰 흐름은 지원부서의 전문화다. 이는 지난 2009년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 통합된 이후 게임산업계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과거 게임산업계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던 시절로의 회귀를 바라는 눈치다.

특히 이는 체계적인 정책 수립과 이를 위한 사전 조사 및 연구와도 연결된다. 한국 게임산업계의 실태와 이용자 환경 등을 주도면밀하게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지원정책이 수립되어야한다는 의미다. 또한 기존에 정부 지원 사업을 수행한 기업은 물론 경험이 없는 기업과 지원했으나 선정이 되지 못했던 기업 등을 포함해 업계 전반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관련 최성희 과장은 “연구조사 부문의 경우 과거에는 정말 연구자료가 있었으나 통합 이후 끊겼다”며 “의견을 들어보면 현황을 제대로 볼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이 느껴진다. 게임백서와 연계해서 조사항목을 개편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도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다른 콘텐츠와의 장르적 연계성이 전보다 커졌고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규모도 전체 콘텐츠 산업 지원규모가 늘어나면서 함께 성장한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며 “다만 과거와 같은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어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지 검토 중이다. 가령 문화체육관광부 내에서도 특정실국 내에서 근무를 지속하며 어느 정도 전공분야를 관리해주는 그런 방식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영택기자 ytlim@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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