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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성장 절벽에 직면한 중소 게임사 해법 없나
최진승 기자 | 승인2017.07.19 11:14

[특별기획] 성장 절벽에 직면한 중소 게임사 해법 없나

① 프롤로그 – 위기의 중소 게임 개발사

최근 국내 중소게임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게임을 개발해도 내놓을 여력이 없고, 내놓아도 알릴 방법이 없다. 개발과 출시, 이를 통한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퍼블리싱 및 투자환경은 더욱 척박해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소리가 나온다.

본지는 국내 중소 게임사 관계자 및 업계 전문가 등 총 2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현장의 목소리와 이들이 바라는 정책 제안을 담아냈다. 정부의 제작지원사업부터 투 · 융자환경 변화와 인재양성 정책까지 중소 게임사와 한국게임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한다. 이를 통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게임사들이 새로운 희망을 찾고 한국게임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편집자주>글 싣는 순서

① 프롤로그 – 위기의 중소 게임 개발사

② 중소 게임사의 정책 제안 "제작 지원, 이것부터 바꾸자"

③ 중소 게임사의 정책 제안 "투자 유통 글로벌, 틀을 바꿔라"

④ 에필로그 - 다시 '게임 한국'을 위한 제안

 

 

#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모바일게임업체 만렙게임즈는 최근 외주 활동에 더 집중하고 있다. 3년간 개발한 모바일게임 ‘서먼러쉬’를 지난 2월 출시했지만 인기가 하락하면서 회사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게임 서비스만으로는 차기작 개발은커녕 당장 회사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 지난해 구글 인디게임페스티벌 톱3에 오른 ‘샐리의 법칙’을 통해 이름을 알린 나날이스튜디오는 요즘도 외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후르츠어택‘의 VR 버전과 신작 ’갓펀치‘를 준비하며 정부 지원을 받았지만 아직은 쉽지 않다. 그래도 나날이스튜디오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자평한다.

국내 게임산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중소 게임사들이 성장 절벽에 직면했다. 고사 위기에 처한 중소 게임사들은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급급하다.

실제 지난 2016년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제작자 수는 2014년 3만9221명에서 2015년 3만5445명으로 9.6% 줄었다. 2010년 기준 2만 곳에 이르던 게임업체수는 4년 사이 6000여개가 사라졌다. 업계에서는 2017년까지 약 1만여 개의 업체가 추가 폐업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만렙게임즈 구재윤 대표는 “현재는 서바이벌(생존)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외주 개발 프로젝트를 5~6개 하며 버티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본지가 심층 인터뷰를 한 23명의 중소기업 관계자 및 업계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창업 환경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정부의 창업 장려 정책으로 회사를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청년 창업자들이 활발하다.

문제는 창업 이후다. 창업한 중소 게임사들은 게임 개발 과정부터 출시까지 지난한 어려움을 겪는다. 창업 이후의 추가 투자유치, 인력 충원, 게임 출시 및 유통, 해외 진출까지 매 단계마다 생존의 고비를 맞는다.

게임 개발은 기본적으로 무한한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초기 설정했던 자금 집행 계획은 엇나가기 일쑤다. 문제는 자금을 융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게임사업은 작품이 출시되기 전까지 매출이 발생할 수가 없지만 일반 금융기관에서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개발인력을 충원하려고해도 게임 스타트업은 어려움이 많다. 조금 괜찮은 사람은 모두 대형 회사로 몰린다. 일부 중소 게임사는 핵심 개발자의 이직으로 수개월을 까먹기도 한다. 신입을 채용해도 경력이 쌓이면 이직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어렵게 게임을 개발해도 출시를 장담할 수가 없다. 국내 시장 구조상 퍼블리셔의 선택을 받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 자체 서비스로 성과를 낸 기업들이 있지만 희박한 확률로 성공했기에 주목을 받는다. 직접 서비스를 통해 소리 없이 사라져간 게임들은 부지기수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막막하다. 국내와는 다른 해외 시장 환경을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경험이 쌓여야 또 다른 시도를 할 수 있지만 중소 게임사에게는 그런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는다.

일례로 최근 콘솔게임 제작에 나서 화제를 모은 게임테일즈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8종의 게임을 출시하고 매출도 일정 수준 냈지만 한 번도 투자를 유치해 본적이 없다. 국내 투자환경이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퍼블리셔들도 이 회사의 게임을 외면했다. 퍼블리싱 회사 자체가 소수인데다가 자회사와 계열사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시장 흐름도 한몫했다.

그나마 게임테일즈 같은 회사는 독자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회사들이 많다. 지난해 4월 설립된 게임사 엔타로쓰리의 경우 1년여 만에 사실상 문을 닫고 개발팀 전체가 새로운 회사에 둥지를 틀었다. 처녀작 ‘레전드택틱스’의 흥행실패가 주원인이다.

소규모 게임사 A는 최근 출시한 모바일게임의 성과에 따라 폐업까지 고민 중이다. 몇 년간 다수의 게임을 제작해 출시했으나 개발인력을 유지할 만큼의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인원은 점점 줄었고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 중소개발사는 왜 어렵나

중소 게임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자금 선순환 구조가 붕괴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과거 PC온라인게임 시절에는 게임 제작과 함께 투자 유치, 퍼블리싱 계약, 게임 출시, 글로벌 진출, 신작 개발 등 게임 개발 및 유통 과정의 단계별 순환구조가 일정 수준 보장됐다.

그러나 모바일게임이 주류가 된 현 시장에서 과거의 선순환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PC온라인게임 시절부터 이어진 개발 및 시장 환경이 송두리째 바뀐 탓이다.

첫째는 치열한 시장 경쟁이다. 짧아진 개발기간과 작아진 개발규모는 1년에만 수십만개의 게임이 나올 정도로 경쟁의 급수를 높였다. 과거 PC온라인게임 시절에는 1년에 많아야 수집종이에 불과했다. 더욱이 시장 트렌드 반영과 원활한 투자 유치 및 퍼블리싱 등을 위해 흥행작을 따라가다 보니 경쟁이 더욱 심화됐다.

둘째는 이용자 성향 분석의 오류다. 스마트폰은 광범위한 일반 대중이 게임을 즐기게 만들었다. PC온라인게임 이용자와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많은 개발사들이 과거 접했던 게이머와 다른 이용자 성향에 적응을 못했다.

인챈트인터렉티브 박영목 대표는 “우리는 PC 기반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잘 형성된 국가에서 성공할 작품을 주로 개발해왔고 이는 사실상 대중을 위한 게임이 아니었다”며 “마니아악한 사용자에 대한 이해도는 높았어도 일반 대중의 입맛을 이해하고 게임을 개발하는 부분은 약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셋째는 투자위축이다. 앞선 요인으로 많은 중소 게임사들이 시행착오를 겪었고 결국 이들의 작품은 시장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수년전 활발하게 진행되던 투자도 실패 사례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축소되는 상황이다.

넷째는 퍼블리싱 위축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투자를 대신할 퍼블리셔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PC온라인게임과 달리 기본 마켓 수수료 30%를 부담하는 시장 구조는 낮은 수익성으로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외부 퍼블리싱 게임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10%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퍼블리셔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외부 게임보다는 자체 개발 및 계열사 작품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축하다보니 중소 게임사의 성공 기회는 더욱 줄어든다.

다섯째는 모바일게임의 대형화다.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대형 게임업체들은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마케팅과 IP(유명 지식재산권) 기반의 작품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마케팅 역량이 부족하고 인지도 높은 IP 확보가 어려운 중소 게임사들의 작품이 설자리를 더욱 좁게 만든다. 중소 게임사들의 작품이 출시돼도 이용자 확보를 충분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넉넉치 않은 투자금마저도 주류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일부 소수 업체로 쏠리도록 만든다. 대부분의 중소 규모 게임사들은 게임 출시를 통한 매출 확보는 물론 투자 유치, 퍼블리싱 등 모든 측면에서 손발이 잘려나가며 어려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윤준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은 “PC온라인게임 시절에는 한국 개발자들이 가장 잘 만들기도 했고 게임이 성공하면 일정 기간 동안 수익이 꾸준히 발생해 투자자 입장에서도 투자 가치가 있었다”며 “하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은 플랫폼 수수료로 인해 기본 수익률이 낮고 게임의 수명도 검증되지 않은데다가 시장 경쟁도 치열해 흥행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30여명 규모의 회사들이 전멸하고 대형 업체들의 구조조정까지 이어지며 소규모 제작사는 더욱 늘었고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져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중소개발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되자 중소 게임사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지가 인터뷰한 23명의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중소 게임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기존 지원 정책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양적인 부분에서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PC온라인게임 시절부터 이어져온 각종 지원 정책을 현재의 시장 변화와 산업 구조에 맞게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재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양적인 지원 확대와 함께 질적인 측면에서 보다 창의적인 작품의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 대상 게임사 및 작품의 다양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진짜 지원이 필요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소규모 개발사에게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호소다.

위레드소프트의 강지원 대표는 “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는 게임들을 보면 정말 탄탄한 게임사만 지원한다는 느낌”이라며 “과거처럼 공격적인 선정이 이뤄져 실험적인 게임을 선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스프링컴즈의 배성곤 대표는 “새로운 시도나 다른 타깃팅의 게임은 선정이 안되고 있다”며 “선정과정을 바꿔 정부가 직접 선정하기보다는 전문 집단을 통해 선별하고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투 · 융자 등 금융지원을 비롯해 실질적인 중소 게임사들의 어려움을 개선할 수 있는 생애주기 맞춤형 지원 정책과 효율적인 글로벌 진출 지원 전략도 공통된 요구 사항 중 하나였다.

나날이스튜디오 박재환 PD는 “창업지원 등으로 씨앗은 많이 뿌렸는데 묘목이 됐을 때 지원하는 것이 부족하다”며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승훈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 정책보좌역은 “좋은 작품을 만들어도 마케팅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만큼 마케팅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대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시 주도 면밀한 조사를 거치는데 작은 회사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므로 관련 정보를 면밀하게 제공해 글로벌 진출을 돕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다시 '게임 한국'을 위해

게임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성장 절벽에 직면한 중소 게임사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국 게임계가 글로벌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왜 중소 게임사들의 역량 강화가 중요할까. 무엇보다 창작의 핵심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창작성으로 승부가 가능한 모바일로 변환되는 시장에서의 창작력은 전체 게임계 역량 강화의 핵심이다.

현재 한국내에서도 이런 시도를 하는 중소개발사들이 적지 않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글로벌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모비릭스, 비트망고, 이꼬르 등이 중소업체로 시작해 안정화한 업체들이다. 이들 같은 업체가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중소개발사들이 중견으로 올라서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개발사가 채우는 선순환 구조의 정착은 한국 게임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아직 늦지는 않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볼 때 십수년간 게임의 창작 역량과 제작 환경을 발전시켜 온 많지 않은 국가 중 하나다. PC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확인됐듯 이런 개발능력은 한국 게임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창작성을 기반으로 다양성을 확보한 한국 게임계라면 글로벌 메이저 탄생도 먼 얘기는 아닐 것이다.

또한 이런 중소 게임사의 역량강화로 인한 강소 기업의 탄생은 결국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다시 새로운 창작 인력의 유입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나날이스튜디오 박재환 PD는 “현재 국내에서 주류 게임들이 수익을 내고 있지만 어느 순간 이용자들이 이런 류의 게임에 질리는 시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라며 “다른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세계 속에서 한국 게임사업의 경쟁력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도 “시장이 자체적으로 다양성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없다면 정부 지원 정책만이라도 다양성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며 “이제는 RPG에서 벗어나 다시 도전해야할 시기로 제작지원 뿐만 아니라 투융자 부문에서도 다양성 있는 게임에만 투자를 하거나 융자를 하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매경게임진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현재 중소 게임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담은 이번 기사를 포함해 정부 제작지원사업과 투융자 환경, 인재양성, 글로벌 진출 등에 이르는 정책 방향에 대한 중소 기업들의 목소리를 담아 내는 기획 시리즈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최진승기자 choijin@mkinternet.com, 임영택기자 yt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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