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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진퇴양난 빠진 게임계 `크런치모드` 해법은?
최진승 기자 | 승인2017.06.15 11:17

게임업계 근로감독 강화 우려… "업계 특성 반영해야"

게임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근로기준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근로시간만을 기준으로 한 획일적인 법 적용이 아닌 업계의 근무 특성에 따른 유연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게임을 근로기준법 적용 특례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게임업계는 일부 게임사들의 ‘크런치 모드’(장기간 집중 근무 형태)가 문제시되면서 강도 높은 근로감독을 받고 있다. 이미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판교 일대 게임업체들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바 있으나 ‘크런치 모드’가 문제시되자 근로감독을 재차 실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판교 일대 게임업체들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했으나 ‘크런치 모드’가 문제시되자 근로감독을 다시 실시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고용노동부는 3월부터 4월까지 근로감독을 실시한 게임사 12개 곳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시정조치를 내렸다. 조사대상 업체에 연장근로에 따른 미지급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건강검진 미실시 및 근로계약서 내 근로조건 불명시 등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했다. 향후 근로조건을 위반하는 사업장에 대한 엄정 조치 의지도 밝혔다.

게임업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근 강요와 연장근로에 대한 보상 미지급 등 여러 폐단을 발생시킨 ‘크런치 모드’가 개발팀을 옥죄는 시스템으로 변질됐다는 평가다. 메이저 업체를 중심으로 빠른 시정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크런치 모드’로 발단이 된 게임업계에 대한 근로감독이 확산되는 데 대해서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자칫 업계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근로감독이 업계 숨통을 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퇴근과 야근 등이 비교적 자유로운 개발환경과 게임 출시 전후 업무강도가 높은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감독 강화는 신작 출시 지연, 수익성 악화, 투자환경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게임업계 특성 반영한 근로감독 필요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은 산업별 차이를 두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일일 8시간, 주당 40시간을 기준 근로시간으로 하고 주당 연장근로 시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 개발 현장에서 이를 철저히 지킬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 특히 게임의 퀄리티를 집중 관리해야 하는 출시 전후 시점에 야근 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정 기간의 업무 집중도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판가름 나는 게임업종의 특성상 보다 현실적인 법 적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견 개발사 관계자는 “야근문화가 좋다는 건 아니지만 업계 특성을 무시한 채 기준 근로시간에만 초점을 맞춘 근로감독은 현실과 동떨어진 처사”라며 “근로기준법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면 제때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 개발사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법조계 관계자들도 업종의 특성을 고려한 근로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행 노동법은 과거 제조업 중심의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현 시대상황에 맞는 업종별 기준을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 노동법은 한국전쟁 이후인 52년 제조업 중심 시대에 만들어진 만큼 지금처럼 고도화된 산업별 특성에 적합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IT업계 관계자들도 현행 근로기준법이 현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별로 업무강도가 다르고 직무도 다양해진 만큼 장기적으로 법 적용을 최적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무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을 준수하고 있지만 예술업종 등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직종의 경우 예외로 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묻지마’식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업종뿐만 아니라 직무와 직책에 따라서도 법 적용을 달리 하고 있다. 임원이나 팀장(매니저)처럼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근로기준법에서 예외로 두고 있다. 이들에게 일하는 시간이나 과정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 게임도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 지정해야

우리나라도 일부 산업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특례 조항을 마련해 놓고 있다. 병원과 영화 제작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업종들 역시 게임과 마찬가지로 특정 기간에 업무집중도가 높은 직군이다. 이에 게임도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처럼 근로기준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상당수의 개발사들은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특히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중소 개발사들에게 근로기준법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발사 관계자는 “근로감독 강화가 게임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중소 게임사 가운데 버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근로감독은 개발환경을 위축시키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게임과 IT 등 전문기술 직종에 대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며 “4차산업혁명이라는 사회적 화두가 대두된 만큼 산업별 새로운 적용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승 기자 choijin@mkinternet.com]

 

[칼럼] '크런치 모드', 영화는 되고 게임은 안 된다!?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적용 특례 업종에 게임만 빠져 있어’

 

"윤수황 노무컨설팅 대표 노무사"

최근 '크런치 모드'(집중 연장근로)를 두고 여론과 노동계의 의견이 뜨겁다. 출시 전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 집중적으로 연장근로를 하는 게임업계의 관행에 대해 게임회사들은 여론 비판과 노동법 위반이라는 뭇매를 맞고 있다.

게임은 출시 초기 유저를 모으고 좋은 평판을 얻는 데에서 성공여부가 결정된다. 300억 원 개발비를 들인 서든어택2가 초기 버그, 완성도 문제로 혹평을 얻고 2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일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개발비가 크건 작건 모든 게임사는 출시 직전에 모든 조직 역량을 총동원하게 된다. 출시 직전 연장근로, 야간근로가 빈번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기준근로시간에 대해 일일 8시간, 주당 4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주당 12시간을 상한으로 하고 있다. 현행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라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를 별도로 보더라도 주당 최장 근로시간은 40시간 + 12시간 + 16시간(토, 일요일 8시간씩 휴일근로) = 68시간이다.

기준근로시간을 위반할 경우 회사가 아무리 법에 맞는 수당을 줬더라도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근로기준법은 기준근로시간 위반 자체에 대해 처벌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위 법 내용만 본다면 문득 ‘그렇다면 병원이나, 영화 제작자, 호텔사업자도 다 범법자가 된단 말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 근로기준법은 업종에 따라 일정한 적용 특례들을 두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59조는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법적용의 특례 업종에 대해서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하면 주당 12시간을 넘겨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휴게시간을 변경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례업종은 다음과 같다.

1.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업, 금융보험업

2. 영화 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 사업, 광고업

3. 의료 및 위생 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

4. 그 밖에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

(사회복지사업)

주목할 만할 건 제59조 2호다. 2호에 열거된 영화 제작, 광고업, 교육연구업의 경우 게임개발업과 마찬가지로 특정 기간에 장시간 근로를 할 수 밖에 없는 업무상 한계가 있다. 그러나 현행법은 게임 개발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별도 특례를 두지 않고 있다. 똑같이 상품을 시장에 내기 직전에 연장근로를 많이 하게 되더라도 영화 제작사는 처벌을 받지 않고, 개임 개발사는 처벌을 받는 황당한 일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게임과 영화, 광고는 개발에서 발매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매우 비슷하다.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상품으로 개발되기 전까지 많은 노력이 들어가게 된다. 상품의 완성도에 따라 투입되는 시간과 인력도 다르기 때문에 사업특상상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장시간 근로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유독 게임만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법적용 제외 업종에서 쏙 빠져 있다.

코트라가 2016년 발표한 '2015년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류 수출 품목 중 게임은 1조 8917억 원으로 전체 문화 콘텐츠의 58%라고 한다.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역사가 30년 정도 임을 감안한다면 게임 산업은 막내가 온 가족을 모두 먹여 살리는 효자 중 효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동계에도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건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제1공약으로 삼고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부는 일자리 공약 실행을 위해 근로기준법 제59조 개정을 통해 게임 산업을 영화, 광고업과 마찬가지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적용 특례 업종에 넣어야 할 필요가 있다.

법이 개정된다면 시대에 맞는 옷을 갈아입은 게임 산업은 노동법 위반에 대한 부담이 사라져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발매 전 전사적인 자원동원을 통해 고품질의 게임을 출시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재고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쟁력 재고로 인한 수출증대는 다시 고용 창출이라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게 될 것이다.

[윤수황 노무컨설팅 대표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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